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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질을 하는데 잇몸에서 피가 나고, 잇몸이 붓거나 욱신거리는 경험, 혹시 있으신가요? 많은 분들이 한두 번쯤은 겪어봤을 법한 이러한 증상들은 단순한 피로나 컨디션 저하 때문이 아니라, 우리 치아를 잃게 할 수도 있는 무서운 질환, 바로 '치주염(잇몸병)'의 경고 신호일 수 있습니다. 치주염은 국내 성인 10명 중 8명 이상이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지만, 별다른 통증이 없어 초기에는 자각하기 어려워 방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치주염은 진행될수록 치아를 지지하는 잇몸뼈(치조골)를 녹여 결국 치아를 흔들리게 하고, 심한 경우 발치에 이르게 하는 주범입니다. 게다가 최근 연구에 따르면 치주염이 심혈관 질환, 당뇨병, 치매 등 전신 질환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잇몸 건강은 더 이상 구강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전신 건강의 중요한 지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오늘은 치주염이 무엇인지부터 어떤 증상들이 나타나는지, 왜 생기는지, 그리고 효과적인 치료법과 예방법까지 모든 것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치주염(잇몸병)이란?
치주염은 치아 주위 조직에 생기는 염증성 질환을 총칭합니다. 우리 치아는 잇몸뼈, 치주인대, 백악질 등 치주조직에 의해 단단히 고정되어 있습니다. 치주염은 이러한 조직들이 세균 감염으로 인해 서서히 파괴되는 질환입니다.
치주염은 크게 두 단계로 진행됩니다:
- 치은염 (잇몸의 염증): 잇몸(치은)에만 염증이 생긴 상태를 말합니다. 주로 플라그(치태)와 치석이 원인이며, 잇몸이 붉어지고 붓거나 양치질할 때 피가 나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잇몸뼈에는 아직 영향을 주지 않은 상태로, 스케일링과 올바른 칫솔질만으로도 충분히 회복될 수 있습니다.
- 치주염 (잇몸뼈의 염증): 치은염이 심해져 염증이 잇몸 아래의 치주인대와 잇몸뼈(치조골)까지 진행된 상태를 말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치아와 잇몸 사이에 '치주낭'이라는 깊은 틈이 생기고, 그 안에 세균과 독소가 쌓여 잇몸뼈를 녹입니다. 한번 파괴된 잇몸뼈는 자연적으로 재생되기 어렵기 때문에, 치아가 흔들리고 결국 빠지게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치은염 단계에서 조기에 치료하고 관리하는 것이 치주염으로의 진행을 막는 가장 중요한 방법입니다.
2. 치주염 주요 증상들
치주염은 '침묵의 질병'이라고 불릴 정도로 초기에는 특별한 통증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증상들이 나타난다면 이미 치주염이 상당 부분 진행되었을 수 있으니, 즉시 치과를 방문하여 진단을 받아봐야 합니다.
① 잇몸에서 피가 나고 붓는다:
가장 흔한 초기 증상입니다. 칫솔질이나 치실을 사용할 때 잇몸에서 피가 나거나, 잇몸이 붉게 변하고 살짝 부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통증은 없을 수도 있습니다.
② 입 냄새(구취)가 심해진다:
잇몸과 치아 사이의 치주낭에 세균과 음식물 찌꺼기가 쌓여 부패하면서 불쾌한 입 냄새가 지속적으로 발생합니다. 아무리 양치질을 해도 개운하지 않고 입 냄새가 난다면 치주염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③ 잇몸이 내려앉고 치아가 길어 보인다 (잇몸 퇴축):
치주염이 진행되면 잇몸뼈가 녹아내리면서 잇몸이 서서히 내려앉습니다. 이로 인해 치아 뿌리 부분이 노출되어 치아가 길어 보이거나, 치아 사이에 빈 공간이 생기기도 합니다.
④ 치아가 흔들리거나 시리다:
잇몸뼈가 파괴되어 치아를 지지하는 힘이 약해지면 치아가 미세하게 흔들리거나, 심할 경우 육안으로도 흔들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노출된 치아 뿌리 때문에 찬물이나 찬 공기에 시린 증상(지각 과민)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⑤ 잇몸에 고름이 잡히거나 눌렀을 때 나온다:
염증이 심해지면 잇몸이 물렁해지고, 잇몸을 누르면 고름이 나오거나 잇몸 안에 농양이 생겨 붓고 통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⑥ 치아 위치가 변하거나 벌어진다:
잇몸뼈가 녹아내려 치아를 지탱하는 힘이 약해지면 치아가 제자리를 잃고 틀어지거나 벌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씹을 때 불편감이나 통증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증상들이 나타났다면 이미 치주염이 상당히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더 큰 문제로 발전하기 전에 반드시 치과를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3. 치주염 주요 원인
치주염의 가장 주된 원인은 바로 '플라그(치태)'와 '치석'입니다. 하지만 이 외에도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치주염 발생 및 진행에 영향을 미칩니다.
① 플라그(치태)와 치석:
플라그는 치아 표면에 생기는 세균 덩어리로, 끈적하고 투명합니다. 칫솔질이 제대로 되지 않아 플라그가 쌓이면 24~72시간 내에 단단하게 굳어져 치석이 됩니다. 치석은 표면이 거칠어 플라그가 더욱 쉽게 달라붙고, 이 안에 있는 세균들이 독소를 배출하여 잇몸에 염증을 유발합니다. 한번 생긴 치석은 칫솔질만으로는 제거되지 않으며, 반드시 치과에서 스케일링을 통해 제거해야 합니다.
② 흡연:
흡연은 치주염의 가장 강력한 위험 요인 중 하나입니다. 담배 연기 속 유해 물질은 잇몸의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면역력을 떨어뜨려 세균 감염에 취약하게 만듭니다. 또한, 흡연자는 염증이 있어도 출혈이 잘 나타나지 않아 잇몸병이 진행되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많고, 치료 효과도 저해됩니다.
③ 전신 질환 (당뇨병, 골다공증 등):
당뇨병 환자는 면역력이 저하되고 혈관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서 치주염 발생 위험이 2~3배 높아지고, 진행 속도도 빠릅니다. 반대로 치주염은 혈당 조절을 어렵게 하기도 합니다. 골다공증 환자는 잇몸뼈 밀도가 낮아 치주염이 더 쉽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심혈관 질환, 만성 스트레스, 면역력 저하 질환 등이 치주염과 관련이 있습니다.
④ 호르몬 변화:
임신 중에는 호르몬 변화로 잇몸이 평소보다 민감해지고 쉽게 붓거나 피가 나는 임신성 치은염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갱년기 여성 역시 호르몬 감소로 잇몸이 건조해지고 취약해질 수 있습니다.
⑤ 특정 약물 복용:
항경련제, 칼슘 채널 차단제(고혈압약), 면역억제제 등 일부 약물은 잇몸을 비대하게 만들거나 구강을 건조하게 하여 치주염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⑥ 잘못된 칫솔질 및 구강 관리:
칫솔질을 너무 세게 하거나 부적절한 칫솔질 습관은 잇몸을 손상시키고 치주염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치실이나 치간칫솔을 사용하지 않아 치아 사이에 남은 음식물 찌꺼기가 플라그와 치석을 형성하는 것도 원인입니다.
4. 치료 및 관리 방법
치주염의 치료는 그 단계와 심각성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됩니다. 조기 발견 시에는 비수술적 치료만으로도 충분히 회복될 수 있지만, 증상이 심해지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① 비수술적 치료:
- 스케일링 (치석 제거): 치은염 단계의 가장 기본적인 치료이자 예방의 핵심입니다. 잇몸 위쪽과 아래쪽에 붙어 있는 치석과 플라그를 제거하여 염증을 완화하고 잇몸 건강을 되찾게 합니다. 스케일링은 최소 1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좋습니다.
- 치근활택술 (Root Planing): 잇몸 아래 깊이 있는 치석을 제거하고, 염증으로 오염된 치아 뿌리 표면을 매끄럽게 하는 치료입니다. 치주낭 안의 세균과 독소를 제거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 치주소파술 (Curettage): 치주낭 깊숙이 위치한 염증 조직과 세균, 치석을 제거하는 치료입니다. 마취 후 진행하며, 비교적 초기 단계의 치주염에 적용됩니다.
- 약물 치료: 항생제 등 약물을 사용하여 염증을 억제하고 세균을 줄이는 보조적인 치료가 병행될 수 있습니다.
② 수술적 치료:
비수술적 치료로 개선되지 않거나 잇몸뼈 손상이 심한 경우, 또는 치주낭이 너무 깊은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 치주판막 수술 (Flap Surgery): 잇몸을 절개하여 들어 올린 후, 잇몸 아래 깊숙한 곳에 있는 치석과 염증 조직을 직접 제거하고 손상된 잇몸뼈의 형태를 다듬는 수술입니다. 심한 경우 잇몸을 외과적으로 제거하여 치주낭의 깊이를 줄이기도 합니다.
- 골 이식술: 치주염으로 인해 파괴된 잇몸뼈 부위에 인공뼈 또는 자가골을 이식하여 뼈를 재생시키는 수술입니다.
- 조직 유도 재생술: 잇몸 조직의 재생을 돕는 차폐막 등을 사용하여 잇몸뼈, 치주인대, 백악질 등 치주조직의 재생을 유도하는 수술입니다.
치주염의 치료는 환자의 상태와 염증의 진행 정도에 따라 달라지므로, 반드시 치과 전문의와 상담하여 적절한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5. 잇몸 관리 습관
치주염은 치료도 중요하지만, 예방이 더욱 중요합니다. 평소 다음과 같은 건강한 구강 관리 습관을 통해 치주염 발생을 막고 건강한 잇몸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 올바른 칫솔질 습관화: 하루 2~3회, 식후 3분 이내에 부드러운 칫솔모를 사용하여 잇몸과 치아 사이를 쓸어 올리듯 닦는 올바른 칫솔질(변형 바스법 등)을 합니다. 너무 세게 닦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 치실과 치간칫솔 사용 필수: 칫솔만으로는 치아 사이나 잇몸선 아래의 플라그와 음식물 찌꺼기를 완벽하게 제거하기 어렵습니다. 매일 치실과 치간칫솔을 사용하여 꼼꼼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 정기적인 치과 검진 및 스케일링: 최소 1년에 한 번, 흡연자나 치주염 위험이 높은 분들은 6개월에 한 번 치과에 방문하여 정기 검진을 받고 스케일링을 통해 치석을 제거해야 합니다. 이는 잇몸 질환의 진행을 막고 조기에 문제점을 발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 금연 및 절주: 잇몸 건강을 위해 가장 중요한 실천 중 하나입니다. 담배는 반드시 끊고, 술은 과하지 않게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 균형 잡힌 식단 유지: 비타민 C, 칼슘 등 잇몸 건강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가 풍부한 식품(채소, 과일, 유제품)을 충분히 섭취합니다. 설탕이 많이 든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 스트레스 관리: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약화시켜 잇몸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적절한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치주염은 자칫 간과하기 쉽지만, 방치하면 치아 상실뿐만 아니라 전신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질환입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대부분의 치주염은 조기 발견과 올바른 생활 습관 개선, 그리고 꾸준한 치과 치료를 통해 충분히 예방하고 조절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잇몸은 활력 넘치는 삶을 위한 든든한 기반이며, 밝은 미소를 지켜주는 중요한 자산입니다.